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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뉴스

튜브박스 0 2022.09.26 19:18



사람들은 여자의 소름 끼치는 비명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 여자는 가게 벽에 걸린 텔레비전 뉴스를 보고 있었다.  


수천의 폭도가 타임스퀘어를 점거한 채 눈에 띄는 모든 것을 때려 부수고 있었다. 점원이 소리를 켜자 뉴스 오디오가 가게 내부를 채웠다.


“…주요 도시들이 포함됩니다. 당국은 가급적 실내에 머물며 무기를 찾고, 그것을 주저 없이 사용하라고 당부했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본인을 보호하십시오.” 진행자가 조언했다.


현장 카메라에는 반쯤 벌거벗은 채 피투성이가 된 여자가 나왔다. 그녀는 난동 한가운데에서 유모차를 밀며 산책하던 부부에게 돌진했다. 여자의 크게 벌어진, 광증에 찬 눈동자에선 인간성이라곤 느껴지지 않았다. 부부는 여자와 부딪칠 때까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 못했다. 그들은 유모차와 한데 엉켜 팔다리를 꺾이며 나동그라졌다.


부부와 가게의 시청자들은 공포에 떨며 모든 것을 보았다. 여자는 미쳐 날뛰며 아기의 다리를 잡고 끄집어냈다. 그리곤 흐느끼는 아기를 길바닥으로 집어던졌다. 카메라는 시청자들에게 아기의 화면이 나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지만, 그 대신 아기의 아버지가 여자의 머리를 곤죽이 되도록 짓밟는 장면을 내보냈다.


“맙소사! 방금 저 괴물들이 여자한테 무슨 짓 하는지 봤어요?” 가게에 있던 손님이 말했다. 그의 말에 동의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 말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씨발 뭔 소리하는 거예요? 미친 건 여자잖아! 아기를 시멘트 바닥에 갈아버렸는데!” 점원이 받아쳤다. 그 또한 절반의 지지와 부정과 맞닥뜨렸다.


그들이 목격한 참상에 대한 불협화음이 논쟁으로 터져 나왔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무도 납득하지 않았다. 몇몇은 부부가 유모차를 밀던 여자를 공격했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화면이 불길과 연기로 자욱하여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고 했다. 심지어 화면 속 진행자조차 자기 이어폰 속 상대방과 입씨름을 벌이고 있었다. 


뉴스는 다른 주요 도시의 화면을 내보냈다. 마찬가지로 상충되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었다.


“세상에! 마이애미면 우리 삼촌 사는 곳인데!” 계산원이 소리 질렀다.


“근데요? 거긴 아무 일도 없는데.” 손님이 감을 잡지 못한 채로 답했다.


“무슨 헛소릴 하는 거요? 도시 전체에 불이 났는데!” 점장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는 오그라진 주먹을 꼭 쥐고 있었다.


“불이라뇨? 폭동이 일어났어요!” 계산원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점장에게 일갈했다.


세 명은 싸웠고 나머지 사람들도 따랐다. 논쟁은 점점 더 격화되었다. 언성을 높여 그것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승리를 보장하기라도 할 것 같았다. 서로가 서로의 말을 부정하며 찰나의 동맹이 적으로, 적이 다시 동맹으로 바뀌었다. 팽팽한 긴장이 임계점에 다다르자 폭력이 쓰임새를 찾았다. 드잡이질이 벌어지는 가운데 누군가 주먹을 내질렀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했다.


싸움은 순식간에 전면전으로 옮겨붙었다.


그들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있던 손님 한 사람이 그것을 모두 지켜보았다. 폭력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본 그는 몸을 떨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른 채 가게를 떠났다. 무엇이 그 사람들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궁금해 하며.


뉴스 같은 건 없었는데.


텔레비전은 켜져 있지도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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